호스텔에서 친해진 ‘유스케’라는 일본친구의 제안으로 카이로타워를 올라갔었다. 자국민들 입장료는 10파운드(750원)인 주제에 외국인 입장료는 200파운드(15000원)를 받더라. 티켓오피스 앞에서 너무 빡이쳐서 혼자 왔었음 그냥 빈정상해서 돌아섰을텐데 유스케가 그날 밤 비행기로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라 에이, 치사해도 그런거 생각하지말자 하고 내색않고 같이 올라갔다. 마침 선셋타임이여서 온 도시가 색온도를 서둘러서 올리고 있었다. 때문에 안그래도 황색도시 카이로는 마법처럼 더 붉어지더니 선셋직전 그 5분 정도의 풍경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피라미드가 신기루같이 솟아있는 이 도시는 마치 모조리 태양에게 빨려들듯 황홀하게 타올랐다. 유스케는 한자리에 기대어 한참을 말없이 서있었다. 너 아녔음 절대 못왔을거라고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멀찍이 기대어 그와 나란히서서 아무리 그래도 외국인에게 입장료 스무배받는건 아니다 이놈들아 궁시렁대면서도 카이로에 오길 참 잘했다 하는 생각을 했다.
-사진작가 위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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