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파리에서 지난 10년 동안 탱고를 추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했다.
가벼움, 설렘, 진지함, 위태로움, 무거움, 우스움, 슬픔, 열정, 만족, 불쾌, 흥겨움, 실망 등등의 온갖 흔들거리는 감정들이 뒤엉켜 있는
밀롱가(탱고를 추는 장소)의 공기를 담아내는 이 작업은 무엇이든 금세 권태로워하는 나에게 크나큰 선물이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지런한 두 발이 엉키고, 엉켜있던 두 발이 정돈되는 그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선과 이야기들이 춤을 추는 사람들의 표정으로 고스란히 피어났고
그 신비로운 과정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
거기에는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허망감이 어디에도 없었다.
탱고 사진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듯, 어딘가에서 위로를 필요해하는 누군가에게 러브레터를 쓰듯이 작업하고 있다.
Je vous invite à mon exposition. Parce qu’on doit parler de Tango.
탱고 사진을 찍습니다.
탱고를 추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위로를 많이 받았거든요.
탱고를 부산에서 배우고, 췄었지만 그냥 밀롱가(탱고추는 장소)에 가서 탱고 음악을 들으면서 춤추는 사람들을 보고있어도 좋아서 가서 앉아만 있다가 오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탱고는 사람 인(人) 한자의 모습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100% 기대지 않으면 출 수 없는 춤이기 때문에 가식적이거나, 멋진 척을 한다거나 주위를 신경쓰거나 할 수 없거든요.
그렇게 서로 완전하게 몰입되어있는 상태에서 피어나는 표정과 서사들이 저를 황홀케 했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과 그 표정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개인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싶어서 탱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이 탱고 사진들을 보고 누군가 (내가 그랬듯이) 큰 위로가 될거라는 믿음으로 어딘가에서 위로를 필요해하는 누군가에게 러브레터를 쓰듯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다른 애정어린 개인 사진 프로젝트들도 있지만 이 탱고 사진 만큼은 그래서 셔터 누를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 찍을 계획입니다.
-사진 작가 위성환